최근 항암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는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기술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항암기술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항체(antibody)다. 항체는 특정 항원(antigen)을 인식하여 달라붙는 물질을 말하는데, 만약 이 항원이 암세포 표면에 많이 발현되는 물질이라면 이 항체는 암세포 표면의 항원에 결합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항체에 약물이 접합돼 있는 상태라면, 항체는 해당 암세포로 들어가 약물과 분리되고 약물은 결국 암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다. 이런 기전으로 개발된 것이 바로 항체약물접합체(ADC, Antibody-Drug Conjugate)이다.
항체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은 IgG (Immunoglobulin G)라고 부르는 항체다. 대부분 한번은 보았을 Y자 모양이 IgG 항체의 모습인데, Y자의 윗부분 두 개의 가지는 항원(antigen)에 결합하는 부분이라는 뜻으로 Fab (Fragment antigen-binding)이라고 부른다. 아래쪽으로 뻗은 가지는 Fc (Fragment crystallizable) 라고 부르는데, 이 Fc는 항체의 체내 반감기를 높이고, 우리 몸의 면역세포를 끌어들이는 영역이다. 예를 들어, 어떤 항체가 특정 병원균의 항원을 인식하여 병원균에 달라붙게 되면 Fc 영역이 우리 몸의 면역세포, 즉 대식세포, NK세포(Natural Killer 세포), 호중구 등을 끌어들여 해당 병원균을 공격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우리 몸은 항체를 이용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항체기술은 많은 진보를 거듭해왔지만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아주 중요한 문제들이 있다. 오늘 소개하는 기업 ‘앱파인더 테라퓨틱스(AbFinder Therapeutics, 이하 앱파인더)’는 항체기술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 즉 항체 소형화, 항체 반감기 연장, 항체 독성 극복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발한 기업이다. ‘앱파인더’는 Antibody Finder라는 뜻으로 최적의 항체를 개발하는 회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국민대에서 생화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아이엠바이오로직스 등에서 항체 개발팀장을 담당했던 한성구 대표가 작년 10월에 창업했다.
앞서 말한대로, 항체는 Fab과 Fc로 이뤄져 있는데, 그 분자량이 150 kDa(킬로달톤)에 이를 정도로 크기가 매우 크다. 그런데, 암세포는 정상세포들보다 훨씬 더 조밀하게 모여있어서 일반적인 항체는 암세포들 사이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결국 암세포들 사이로 항체를 들여보내기 위해서는 Fab 또는 Fc를 조작하여 크기가 작은 항체를 만들어야 하는데, Fab는 항원을 인식하는 부위이기 때문에 크기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 한성구 대표는 “저희는 50 kDa에 이르는 Fc를 대체하는 펩타이드를 개발했는데, 그 분자량이 2 kDa에 불과하여 항체가 암세포 사이로 들어가기가 용이하다”고 말한다. 앱파인더는 이 기술을 PepFc로 명명하였는데, 이는 ‘펩타이드로 만든 Fc’라는 뜻이다.
한편 이렇게 Fc를 펩타이드로 만든다고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원래 자연상태의 Fc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기능, 즉 ‘항체 반감기 연장 기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원래 보통의 항체는 체내에서 약 2~3주 정도의 반감기를 가지면서 작용하는데, 이렇게 Fc를 제거하게 되면 항체의 반감기가 몇 시간에 불과할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앱파인더는 펩타이드Fc를 제작할 때 Fc가 본래 갖고 있는 반감기 연장 메커니즘을 그대로 갖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Fc가 없이도 반감기 연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울러 항체의 Fc가 가진 독성 유발문제가 있는데, 예를 들어 항체에 독성약물을 붙여 암세포로 보내는 ADC기술에서 이러한 문제가 두드러지게 된다. Fc와 면역세포간에는 이들의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FcγR (Fc 감마리셉터)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정상세포에서도 발현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정상세포의 FcγR에 Fc가 결합하게 되면, 면역세포나 ADC가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엔허투의 간질성폐질환 (ILD, interstitial lung disease)이다. 한성구 대표는 “저희 제품은 FcγR들과의 결합능을 완전히 제거했기 때문에 정상세포를 살상하지 않는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이상의 기술들은 얼핏 들어도 쉽지 않은 기술들인데 어떻게 이런 어려운 문제에 도전할 결심을 했을까. 한성구 대표와 함께 앱파인더를 공동창업한 이들은 모두 십수년간 항체연구를 전문으로 해온 인력들이다. 이들은 PepFc개발과 더불어, 자신들의 항체 기술을 바탕으로 신규 항체 발굴사업과 용역 등도 수행 중이다. 항체에 있어서만큼은 누구 못지 않은 경험과 기술이 있다는 것이 이들의 자신감이다.
앱파인더의 꿈은 크다. 목표로 하는 고객들이 대부분 글로벌 바이오텍 기업들이다. 그중에는 ADC 신약을 만드는 회사도 있고, 암세포와 T세포를 연결하는 ‘이중특이적 T세포 결합항체 (BiTE)’ 기술을 개발한 암젠(Amgen) 같은 회사도 있다. 암젠의 BiTE 역시 Fc를 제거했기 때문에 항체의 반감기가 짧은 문제가 있는데, 앱파인더의 PepFc를 도입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한 대표는 말한다. 만약 이러한 전망이 실현된다면 한국 바이오 분야에서 대단히 큰 사건이 될 것이다.
와우파트너스는 한성구 대표 등 창업자들의 항체기술 전문성, ADC를 비롯한 항체시장의 성장전망, PepFc의 기술적 가능성 등을 종합하여 앱파인더 테라퓨틱스를 ‘와우넥스트 1기 기업’으로 선발하였다.
바이오 스타트업, 특히 ADC, 항체 등 어려운 분야의 기업 소개는 쉽지가 않다. 그렇기에 이 기사와 인터뷰를 읽은 독자들께서도 아직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많을 것이다. 그러한 궁금증을 가진 투자자들은 한성구 대표와 앱파인더 팀을 직접 만나 그들의 전문성과 가능성에 대해 더 풍부한 설명을 들어보시기 바란다.
기사원문: [와우투게더] 앱파인더 테라퓨틱스, “펩타이드Fc 항체기술로 항암제 시장의 게임체인저 되겠다” - 와우테일